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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연재 3편] 메모리(RAM)라는 우주: 변수가 사는 물리적 공간 (비트와 바이트) 서론: 텅 빈 우주에 주소를 부여하다 지난 2편에서 우리는 0과 1이라는 전기 신호가 어떻게 논리(트랜지스터)가 되는지 살펴보았습니다. 이제 질문을 던져봅시다. 이 수많은 0과 1들은 도대체 어디에 존재할까요? 공중에 둥둥 떠다니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우주선에 탑승한 우주인에게 지정된 좌석이 있듯이, 데이터에도 머물러야 할 물리적인 '집'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그 공간을 메모리(Memory), 즉 RAM이라고 부릅니다. 제가 NASA에서 보이저 호의 구형 시스템을 다룰 때 가장 힘들었던 점은, 당시 탐사선의 메모리가 오늘날의 스마트폰 사진 한 장 용량보다도 적었다는 사실입니다. 그 좁은 공간에 우주의 비밀을 담기 위해 우리는 메모리 한 칸, 1비트조차 치열하게 아껴 써야 했습니다. 오늘.. 2026. 1. 17.
[기획 연재 2편] 0과 1의 비밀: 전기는 어떻게 '논리'가 되는가? (트랜지스터의 원리) 서론: 우주의 잡음 속에서 신호를 찾다 NASA 관제 센터에서 근무하던 시절, 우리는 수억 킬로미터 떨어진 보이저 호나 화성 탐사선에서 보내오는 미세한 전파 신호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우주는 절대 고요하지 않습니다. 태양풍과 각종 방사능이 만들어내는 거대한 잡음(Noise)으로 가득 차 있죠. 그 혼란 속에서 우리가 신뢰할 수 있는 유일한 언어는 아주 단순했습니다. 바로 '켜짐(On)'과 '꺼짐(Off)'입니다. 많은 분들이 컴퓨터를 매우 복잡한 기계라고 생각하지만, 그 본질을 파고들면 놀라울 정도로 단순한 원리가 숨어 있습니다. 컴퓨터는 숫자 '9'를 모릅니다. 알파벳 'A'도 모릅니다. 컴퓨터가 이해하는 유일한 실체는 전기가 흐르는가(1), 흐르지 않는가(0) 뿐입니다. 지난 1편에서.. 2026. 1. 16.
[기획 연재 1편] 왜 NASA는 50년 된 C언어를 고집하는가? (현대 컴퓨터 공학의 본질) 서론: 최첨단 우주 산업과 오래된 언어의 역설 현대 소프트웨어 개발 트렌드는 매우 빠르게 변화하고 있습니다. 인공지능 분야에서는 파이썬(Python)이, 웹 개발 분야에서는 자바스크립트(JavaScript)가 표준처럼 자리 잡았습니다. 이로 인해 프로그래밍 입문자들 사이에서는 "1972년에 개발된 C언어는 이제 낡은 기술이 아닌가?"라는 의문이 제기되곤 합니다. 하지만 제가 우주 항공 분야의 프로젝트를 분석하며 목격한 현실은 대중의 인식과는 달랐습니다. 화성 표면을 탐사하는 로봇 '큐리오시티(Curiosity)'와 '퍼서비어런스(Perseverance)', 그리고 각종 위성 시스템의 핵심 제어 코드는 여전히 C언어를 기반으로 작동합니다. 수조 원의 예산이 투입되는 최첨단 프로젝트에서 왜 반세기.. 2026. 1. 15.